귀신과 관련해서
박명이 깔린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문득 산 능선을 바라보았다. 푸르스름한 빛을 머금은 하늘과 칠흑같이 어두운 산은 입체적이라기보다는 평면적으로 보였다. 마침 국악에서부터 시작된 플레이리스트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희한한 국악기의 현소리가 길게 늘어지는 실험적 음악이 나오던 참이었다. 기묘한 긴장감을 더했다. 저 칠흙같이 어두운 산에서 귀신들이 빽빽하게 모여 나를 몰래 바라보고있다면 어떡하지?
어둠이 선사한 산의 평면적 이미지 덕에 산을 온전히 나 혼자 마주하게 되었다. 혼자라는 생각 덕에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공포라는 감정 덕에 이세계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덕에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아기가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누군가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 혼자 있을 때뿐이다.”
— 도널드 W. 위니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