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와 관련해서

페루의 공동묘지 Parque del Recuerdo Lurín을 방문하며...

2023년 3월, 처음으로 페루를 방문해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펼쳐졌다. 저 멀리 다양한 꽃들로 가득한 평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이할 정도로 꽃이 가득한 풍경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행과 함께 이동 중이어서 멈출 수 없었다. 꽃이 많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해당 지역이 리마의 사막 지역으로 꽃이 자라기에 척박한 환경이라는 점에서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2023년 7월, 운 좋게 다시 한 번 페루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보지 못했던 그곳을 꼭 가겠다고 마음먹고, 따로 시간을 내어 마침내 도착했다. 묘지 내부로 들어서자 끝없이 펼쳐진 넓고 푸른 잔디밭이 눈에 들어왔다. 각 묘비 앞에는 정해진 형태로 꽃다발이 놓여 있었고, 이는 마치 자연과 죽음까지도 통제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드러내는 듯했다. 생명이 자라나는 자연의 공간 속에서 죽음을 기억하는 방식은 엄격한 질서와 규율을 따르는 듯 보였다.

그런데 반전은, 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꽃이었다. 자연과는 상반되는 인공적이고 기하학적인 풍경이 주는 아이러니함은 작품의 주제로 삼기에 충분했다. 이 경험을 하면서 나는 인간이 삶과 죽음을 어떻게 공간적으로 구성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이 떠올랐다. 이곳에서 인간은 서로의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 자연을 규격화하고, 기하학적으로 조직하여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묘지 중앙에는 예수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예수상은 신성한 존재를 기리면서도, 형태적으로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중간적인 위치에 놓여 있었다. 이곳에 심어진 야자나무들은 불규칙한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배치되어 있었다. 이는 자연의 본래적 불규칙성을 수학적 질서로 변환하려는 인간의 시도를 보여주는 듯했다. 사실,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도 수학이 아니던가?

공동묘지는 본질적으로 죽음을 위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기억하고 유지하려는 인간의 노력 속에서 삶의 흔적이 남는다. 기하학적으로 정돈된 구조와 엄격한 배열 속에서도 자연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 자체로 영속성을 상징한다. 풀은 자라고, 꽃은 시들며, 바람은 불어와 무질서를 만들어낸다. 인간이 만든 공간 속에서 자연은 끊임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영속성과 유한성, 질서와 불규칙성 사이의 긴장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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