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과 관련해서

“히어로가 되지 못한 빌런”

나는 형이상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실제 세계와 가능한 세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상과 감정들을 저만의 시적 해석을 통해 표현한다.

개인의 성격, 사고방식, 성장 배경, 신념으로 인해 각자의 세계는 다르다. 서로 다른 것을 진실로 믿는 사람들 간의 공존은 다양성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갈등과 폭력도 발생한다. 주관성으로 존재하는 '나'나 '내가 진실이라 믿는 것들'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너'가 없으면 '나'도 없다. 우리의 필연적으로 얽힌 관계 속에서 타인의 차이점을 현실 세계에서 느껴지는 오류로 이해하고, 그 오류로 인해 주어진 기이함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나는 우리가 물건을 보고 느끼는 세계 외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생각해 보면, 이 세계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리운 존재들이 어딘가에는 여전히 존재하기를 바라고, 나의 진심 어린 소망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소망이 단지 나의 개인적인 바람에 의해 제한되지 않고 학문적 지식에 기반한 합리적인 논리로 존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형이상학과 관련된 철학적, 과학적 지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절대적이고 결정지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세계의 완전성을 논박해야 했다. 그리고 이 논박의 참조점은 가상 세계와 디지털 요소들이다. 우리 우주가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가상 현실인지, 적어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실제 세계와 인공 컴퓨터 프로그램 사이의 가장 큰 차이를 찾아야 한다.

가상 현실과 물리적 현실의 차이는 밀도와 집중도의 차이이다. 물질이 없는 홀로그램이 만져질 정도로 밀도가 높아진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 홀로그램을 가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상 현실과 물리적 현실 사이의 차이는 해상도의 차이일 뿐이다. 실제 세계는 매우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으며, 그것을 구성하는 자원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결국 어딘가에는 공허/균열이 있으며, 그것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아무도 모를 뿐이다. 우주가 유한한 자원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실험과 과학적 발견들로 증명되었고, 우주의 한계에 대한 주장은 상당히 논리적인 가설의 등장으로 좁혀지고 있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과 같은 중요한 발견들은 나의 망상을 더 풍부하고 창의적으로 만든다. 의미 없이 무질서한 우주를 수학적으로 이해할수록, 이념적 개념들은 구름 속의 모호한 이야기들보다 논리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니체의 영원한 회귀와 동양 철학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성찰은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유의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의 삶이 개인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이나 운명도 없이 단순한 인과의 무한한 반복으로 이루어진 현상이라면, 과연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체는 이러한 허무주의(nihilism)에 대한 해답으로 Übermensch(초인)의 개념을 제시하며, 불교에서는 이를 너바나(nirvana)의 경지로 설명한다.

자연은 언제나 고요하게 존재하며, 오직 물리 법칙에 따라 작동할 뿐이다. 변함없이 지속되는 자연 속에서 유일하게 요동치는 것은 인간의 욕망과 감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천국과 지옥이 특정한 초월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심리적·철학적 개념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성찰해볼 수 있다. 천국과 지옥은 절대적이고 정적인 공간으로 상정되며, 그곳에서는 시간조차 흐르지 않고 모든 것이 미리 정해진 질서에 따라 작동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절대적 질서를 깨뜨리고, 감정을 분출하며 행복과 고통을 경험하는 존재다. 결국, 천국과 지옥은 우리가 외부에서 찾아야 할 공간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스스로 창조하고 경험하는 개념적 상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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