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과 관련해서

“기계적 감정”
모든 지적 생명체의 행동, 의사 결정, 그리고 심지어 희망조차도 근본적으로 생존의지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하는 나름 염세적인 생각을 풀어본다. 이는 생존이 단순히 육체적 연속성만이 아니라, 행복과 안녕(well-being)을 유지하려는 본능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

이를 더 확장해 보면, 이 원리는 지적 능력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보다 단순한 생명체일수록 행동이 본능에 의해 직관적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먹이를 찾고, 위험을 피하고, 번식하는 행위들은 생존 본능의 직접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지적 능력이 복잡해질수록 생존 본능은 보다 추상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인간의 경우, 직업을 선택하고, 관계를 맺고, 철학적 질문을 탐구하는 등의 행동이 직접적인 생존 행위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생존과 행복을 유지하려는 본능적인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개념은 사고회로가 단순한 동물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포식자는 먹이를 사냥해야 살 수 있고, 초식동물은 포식자로부터 도망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들은 복잡한 윤리적 고민이나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지 않는다. 생존이라는 목표에 따라 단순하고 명확한 행동을 보일 뿐이다.

반면, 인간의 생존 본능은 감정, 사회적 구조, 지적 추구와 결합되면서 더욱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된다. 사람들은 성공을 추구하고, 예술적 충족을 원하며,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 역시 결국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고통을 줄이며, 의미를 찾으려는 본능적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행복이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설계된 메커니즘이라면,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는 결국 생존 본능의 연장선에 있다. 심지어 자기희생적인 행동조차도 이 틀 안에서 설명할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보호하는 행위는 유전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을 특정 신념이나 목적에 바치면서 정신적 만족을 얻는다. 이는 육체적 생존뿐만 아니라 심리적 생존과도 연결된다.

결국, 사고회로가 단순할수록 생존 본능의 원리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복잡한 사고를 할수록 생존 전략은 다양해지고, 표면적으로는 생존과 무관해 보이는 행동들도 사실상 같은 목표를 향해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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